진선규, 겸손함과 열정이 만들어 낸 ‘극한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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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진선규(41)라 하면 단연 영화 ‘범죄도시’의 조선족 위성락 역이 떠오른다. 영화 개봉 당시, 실제 조선족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실감 나게 연기해 관심을 끌었던 게 기억난다. 하지만 청룡영화상에서 감격의 눈물을 짓던 모습과 ‘무한도전’에서의 순박한 모습이 교차하면서 실제 진선규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막연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갖고 그가 있는 삼청동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선규를 만났다. 인터뷰를 제법 많이 해서 적응이 됐을 법도 한데 그는 기자들이 자리에 앉을 때까지 연신 인사를 하며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지 못했다. “앉으셔도 될 것 같은데”라고 말을 꺼내자 진선규는 “아직 적응이 안 된다”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앞서 ‘범죄도시’에서 보여줬던 험악한 위성락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오히려 순박해 보일 정도였다. 진선규는 23일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에서 마약반의 트러블 메이커 마형사 역을 맡았다. 하는 것마다 어설퍼 마약반 안에서는 ‘동네 북’으로 통한다. 하지만 자기가 맡은 일에 있어서만큼은 완벽을 추구한다. 진선규는 이번 작품으로 ‘범죄도시’ 위성락의 잔상을 제대로 지웠다. “‘극한직업’ 제안을 주셨을 때 정말 깜짝 놀랐어요. 마침 위성락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욕심이 났죠. 부담은 됐지만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사실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주연이라는 것도, 홍보 포스터에 얼굴이 나오는 것도 너무 신기해요.”개봉을 앞두고 들떠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신인배우 같았다. 그는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영화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사실 이번 영화는 진선규에게 있어서 ‘극한직업’과도 같았다. 처음 하는 코미디 연기에 난이도 높은 액션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병헌 감독은 1차원적인 리액션을 원하지 않아요. 예상을 벗어나는, 상상을 초월한 리액션을 원했기 때문에 그게 참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어느 정도 감이 오더라고요. 처음엔 ‘이렇게 하면 진짜 웃긴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결과물을 보니 너무 재밌더라고요. 연기도 연기지만 액션 연기도 참 힘들었습니다. ‘범죄도시’ 액션 때와 차원이 달랐어요. 한 신 찍고 나면 꼭 쉬는 시간이 있어야 할 정도였다니까요?” 진선규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액션스쿨과 요리학원을 동시에 다녔다. 하루는 닭을 튀기고, 하루는 액션을 연습하며 마형사 역과 점점 하나가 되어갔다. 그는 “이번 영화로 많은 공부를 했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최근 진선규는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로 꼽힌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품만 여러 편이다. ‘사바하'(감독 장재현), ‘암전'(감독 김진원) ‘롱 리브 더 킹'(강윤성) 등이다. 진선규가 연기에 맛을 들리게 된 건 우연한 기회였다. 우연히 한 극단에 놀러 갔다가 대사를 한 번 읊어본 게 시작이었다. 그는 연기를 통해 새로운 인물을 표현하는 데서 통쾌함을 느꼈고, 본격적으로 연기에 발을 들이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강조하신 게 있어요. ‘항상 겸손해라’ ‘자신을 낮춰서 얘기해라’라고 하셨죠. 그런데 그렇게 20년을 살다 보니까 사람들한테 너무 많이 당했어요. 그래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 나온 것처럼 집에서 혼자 절권도도 하고, 고무 타이어 묶어놓고 발차기도 했죠. 그 ‘착하다’는 소리가 저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게 연기에도 반영이 됐어요. 제 모습이 사라지고 배역이 나오는 게 좋거든요. 평소에 연극이든, 영화든 일찍 출근해서 분장하고, 그 배역에 녹아 들려고 하는 편이죠. 그게 너무 좋아요.” 진선규는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단원으로, 연극계에서 주로 활동했다. ‘신인류의 백분토론’ ‘나와 할아버지’ ‘뜨거운 여름’ ‘난쟁이들’ ‘우리 노래방가서 얘기 좀 할까’ ‘여신님이 보고계셔’ ‘아가사’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한 그는 12년의 무명기간 끝에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 진선규는 “제가 이렇게 작품을 찍을 수 있게 된 건 영화인 팬클럽 ‘션샤인’ 때문이다”라고 뜻밖의 말을 꺼냈다. “제작부, 연출부, 스크립터 등 영화 스태프들로 꾸려진 팬클럽이 있어요. 아마 다 모이면 저예산 영화 한 편 찍을 수 있을 거예요. 하하. 열 명 남짓한데, 영화 ‘사냥’ 때부터 저를 이끌어준 친구들이죠. 이름이 ‘션샤인’인데, 그들 덕분에 많은 오디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죠. 단체 채팅방이 있어서 꾸준히 연락하고, 지금도 다양한 현장에서 만나요. 그 친구들이 없었으면 지금의 전 없었을 거예요.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어요.” 진선규는 연신 “내 자랑 같아서 민망한데”라면서도 션샤인과 있었던 일화들을 신나게 털어놨다. “영화계에 든든한 지원군들이 있어서 좋겠다”고 말하자 그는 “저는 진정으로 스태프들이 만들어준 배우인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2017년 ‘범죄도시’ 이후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진선규. 그는 배우 생활을 하면서 잃고 싶지 않은 신념과 함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배우가 꿈꿀 거예요. 오디션을 보지 않고, 작품을 제안받는 날들을요. 그렇다고 해서 변하고 싶지 않아요. 저라는 배우가 고스란히 스크린에 묻어날 수 있는 것만큼 좋은 게 어딨어요. 간혹 기회가 왔을 때 자만하거나, 사람들의 레벨을 따지는 이들이 있는데, 제 후배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합니다.”
출처 : [http://news.tf.co.kr/read/entertain/1744003.htm, 2019/01/26 00: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