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 혜나로 교복을 벗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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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쉬웠다. 학생 이미지에 갇혀 빛을 보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연기 생활의 대부분 학생 역을 맡아 자신만의 색깔을 낼 기회가 없어 보였다. 그에게 교복은 마치 ‘족쇄 같지 않았을까’라는 혼자만의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SKY 캐슬’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교복 입은 혜나로 교복을 벗겠구나’라는 막연한 예감이 들었다. 데뷔 15년 차, 배우 김보라(25)의 이야기다.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편집국에서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을 마친 김보라를 만났다. 하얀색 블라우스에 남색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그는 극 중 혜나와는 다르게 사랑스러웠다. 그동안 가난한 캐릭터를 많이 맡아서 그런지 낯설게도 느껴졌다. 그러자 김보라는 “이제 부자 캐릭터 좀 해보고 싶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드라마에서 혜나는 아픈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다. 불우한 가정환경에도 똑똑한 머리 하나로, 부잣집 아이들과 경쟁한다. 어른들도 찜쪄먹을 만큼 보통내기가 아닌 혜나는 19년 남짓 짧은 인생을 아등바등 살다 죽음을 맞는다. 15년을 연기한 김보라지만 이 인물을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오디션 볼 때는 혜나와 예서 두 가지 역을 다 봤어요. 그런데 막연하게 ‘내가 캐스팅된다면 혜나가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죠. 혜나의 당돌한 면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그동안 제가 작품에서 맡았던 캐릭터와 연장 선상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편안하게 다가갈 자신이 있었어요.” 앞서 김보라는 tvN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과 KBS2 드라마 ‘후아유-학교2015’ 등에서 사연 있는 고등학생 역을 맡아 연기를 펼친 바 있다. 그런 만큼 그에게 혜나는 그다지 어려운 인물이 아니었다. “연기하면서 어른들을 대할 때와 예서를 대할 때, 예빈이와 우주를 대할 때 말투와 행동을 달리했어요. 엄마들을 만날 때는 ‘가진 건 없지만 나도 꿀릴 거 없다’는 마음으로 연기했고요. 예서한테는 ‘나는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큼 대단함이 있어. 너는 아기야’라는 감정으로 했어요. 예빈이랑 우주한테 만큼은 정말 10대 소녀처럼 진실로 다가갔죠.” 진지한 대화가 이어지자 김보라에게서 혜나가 느껴졌다. “지금 혜나랑 인터뷰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혜나에게 여운이 많이 남는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전에는 인물보다 현장 자체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리고 자신보다는 상대방에게 빠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정말 신기하게 나한테 푹 빠졌어요. 그래서 혜나를 좀 더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어요. 아직 아련하고 슬프네요.” 극 중에서 혜나가 죽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게스트하우스 난관에서 떨어져 눈물 한 방울을 흘리는 장면은 강렬했다. 김보라는 “눈물을 흘린다는 건 시나리오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PD님께서 편집을 잘 해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보라는 ‘학생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다. 작품에서 교복을 워낙 많이 입어서다. 벌써 25살, 20대 중반에 접어든 그도 다른 배역을 맡아보고 싶을법해 “어떻냐”고 물었다. “23살 때 처음으로 흔들렸던 적이 있어요. ‘교복 입는 배역 말고, 다른 것 좀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스스로 많이 조급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2~3개월 만에 깨달았어요. 교복을 입든 안 입든 더 다양한 아이들을 마주해보고 싶다고요. 그러면서 교복을 입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어지고 더 즐거워지더라고요. 지금도 즐기려고 하고 있어요.(웃음)” 비슷한 캐릭터에 교복까지 어쩌면 한 이미지로 굳혀질 수 있다는 두려움은 있었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여러 인물과 마주했다. 그러다가 ‘SKY 캐슬’의 혜나를 만났다. 김보라는 여느 캐릭터와 ‘비슷하겠지’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당돌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한 혜나를 만들었다. 그런 그를 보니 이제 교복 입을 일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PD님이 드라마 미팅 때 ‘이번 작품을 통해서 더 이상 교복 입지 않게 해줄게’라고 하셨거든요. 제가 많이 변신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 데 성공한 것 같네요!(웃음)”그는 ‘SKY 캐슬’로 배우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 배우 김보라의 존재감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니 말이다. 그에게 “‘SKY 캐슬’은 어떤 의미냐”고 물으니 간단한 답변이 돌아왔다.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 작품입니다. 배움을 가방 안에 가득 채워 졸업하는 기분이네요.(웃음)”
출처 : [http://news.tf.co.kr/read/entertain/1744729.htm, 2019/02/03 00: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