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함이 무기이자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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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맡아온 캐릭터들 탓이었을까. 배우 김동영과 인터뷰가 잡히고 나서 문득 걱정부터 됐다. ‘츤데레'(겉은 퉁명스럽지만 속으론 따뜻한) 배역을 많이 맡은 그라 막연하게 실제로도 그럴 거란 생각이 들어서다. 직접 만나보니 예상대로였다. 그런데 그 모습이 더 매력적인 배우였다. 담백하고 소탈했고, 그런 점들이 캐릭터에 잘 묻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편집국에서 SBS 월화드라마 ‘복수가 돌아왔다’를 마친 김동영을 만났다. 이날은 오전 일찍부터 시작한 인터뷰라 난항이 예상됐다. 입이 덜 풀리기도 하고, 오전부터 에너지를 내긴 쉽지 않을 거란 걱정이 앞선 것이 사실. 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인터뷰가 진행됐다. 김동영은 ‘복수가 돌아왔다’에서 심부름 업체 ‘당신의 부탁’ C.E.O 이경현 역을 맡았다. 경현은 친구 복수(유승호 분), 그리고 양민지(박아인 분)와 어린 나이에 회사를 설립해 좌충우돌 일을 해결해 나가는 1등 잔머리꾼이다. 하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어리숙한 인물이기도 하다. “저는 경현이를 오버스럽게 표현하고 싶지 않았어요. 상황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거지 경현이를 장난스럽게 표현하고 싶진 않았죠. 경현이가 극 중에서 26살 정도인데, 현실에선 군대 전역하고 학교에 다니고 있을 나이잖아요. 그런데 그 친구는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해서 이끌어가는 친구죠.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만약 그 나이에 ‘이 일(배우)을 안 했다면 뭐 하고 살았을까’ 싶어요. 절대로 경현이 같은 일은 못 했을 거예요.” 드라마에서 경현은 어렸을 적부터 친구인 복수와 양민지와 단단한 우정을 보여줬다. 실제 김동영은 학창시절 친구들과 어떻게 보냈을지 궁금했다. 그는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추억을 떠올렸다. “제가 6살 때부터 잠실에 살았는데, 아직도 그 동네 살아요. 중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 10명이 있는데 걔들도 계속 이 동네에 살고 있어서 자주 만나죠. 친구들 성격이 저랑 다 비슷해요. 오버하는 걸 싫어하죠. 한 명이라도 그렇게 하면 ‘왜 그러냐’고 비난해요. 하하. 촬영 없을 때면 서로 집에도 놀러 가고 술 한 잔씩도 마시는데, 친구들과 단합이 참 좋아요. 제 모든 연기의 원천은 이 친구들이랄까요?”그가 털어놓은 학창시절 에피소드들은 마치 시트콤을 보는 듯했다. 김동영은 “결혼한 친구 아내들과도 모두 절친하게 지낸다. 모두 같은 동네에서 자라서 그런 것 같다”며 에피소드 하나를 풀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눈시울까지 붉혀 웃음을 자아냈다. “친구 결혼식 때 제가 축사를 했어요. 그런데 제 친구가 아닌 아내 되는 누나를 보고 울컥하더라고요. 저희 친구들 사이에선 친누나 같은 존재거든요. 그런 누나가 고작 제 친구 놈이랑. 지금도 눈물이 날 것 같네요.” 동네 친구들과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배우 김동영이 아닌 사람 김동영의 모습이 엿보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필모그래피도 떠올랐다. 영화 ‘위대한 소원’과 tvN 드라마 ‘혼술남녀’ ‘식샤를 합시다3’ 등 유독 친구들과 ‘케미’가 잘 사는 작품들과 김동영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친구들의 영향 때문이었을까요. 하하. 그런 작품들에서 유난히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 같아요. 특히 ‘혼술남녀’ 때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아직도 밖에 나가면 그 캐릭터로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저도 또래 친구들과 함께 연기하는 게 재밌어요.” 하지만 비슷한 캐릭터를 연속해서 맡아 한 이미지로 굳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동영은 “많이 노출되는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비슷한 걸 여러 번 맡는다고 해서 이미지가 굳어질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동영은 영화 ‘독전’에서 연기 변신을 한 바 있다. 마약을 제조하는 농아 남매 중 오빠인 동영으로 출연한 그는 존재감 있는 캐릭터로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김동영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강렬한 연기 변신이었다. “그 배역은 제가 하지 않아도 누가 해도 눈에 띄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저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할 뿐이죠. 운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주변에 잘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잖아요. 연극하시는 분들도 그렇고, 신인 배우들도 그렇고. 그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창구가 좁아서 안타까워요. 요즘 매체가 많아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힘들잖아요.”데뷔한 지 벌써 16년 차. 차근차근 한발자국씩 나아가고 있는 그다. “10년 넘게 연기를 해보니까 어떠냐”고 묻자 그는 “해도 해도 모르겠는 게 연기다”라고 답했다. “촬영에 들어가서 찍고 오케이가 나면 3초 정도 있다가 ‘아 이렇게 할걸’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연기에 완벽이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만족이라는 걸 못하죠.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수학 공식처럼 딱딱 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제 만족을 할 수 없어 매 순간 아쉬워요.” 그에게 연기는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했다. 그러자 김동영은 대답하기 어려운 듯 매니저에게 질문을 넘겼다. 매니저는 “연기에 있어서 형(김동영)은 정말 진지하다”며 “여러 배우를 만나고, 경험하지 못한 걸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고 힌트를 주듯 말했다. 김동영은 “그렇네!”라며 말을 이었다. “사람 만나는 게 좋아서 이 일을 시작했어요. 중학교 때 시작했으니까 형, 누나들이 잘해준 기억이 나요. 하하. 연기는 말도 안 되게 다가온 존재죠. 실력만으론 되지 않고 어느 정도 운도 받쳐줘야 하는데 믿기지 않네요. 전 복 받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출처 : [http://news.tf.co.kr/read/entertain/1745660.htm, 2019/02/16 00:00:03]